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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05월 15일
이제 위병소 근무도 1달하고도 조금 더 서면 끝나는 시기입니다. 아무래도 위병소 라는 지역의 특수성 때문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라는 느낌인데. 그래도 군 생활의 묘미랄까 뭐랄까, 그런것 있지 않습니까? 그 일을 겪던 시점에서는 그냥 접싯물에 코 박고 죽어도 주변에서 안 말려 줄 듯한 사건들 말임다. 뭐 말이 그렇다는거지 정말 접싯물과 코의 긴밀한 접촉을 시도 할 만한 일은 아니지만요. 어쨌거나.. 대충 이런 일 들이 있었습니다. 1. ....사단이 어디요? 이거 생각보다 자주 있는 일 입니다만, 저희 60 사단은 상다~앙히 사회와 가까이 붙어 있는 터라 민간인의 출입이 잦습니다. 지나가는 민간인이 길을 물어보는 일은 흔하디 흔한 일 입니다.. 만. 어느 날, 날은 더럽게 춥고 부사수는 잘 못들었습니다를 연발하며 조장은 '캐쉣캬 발음 똑바로 안해서 말하냐 다시 말 해' 라며 사람의 인내심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에 대한 심오한 고찰을 하고 있을 때, 어느 낯 모르는 아저씨가 다가오셔서 미소와 함께 저에게 질문을 툭 던져줍디다. "군인 양반! 말 좀 물읍시다. 53 사단이 어디에 있소?"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 하면서도 잠시 머리 속 파일을 뒤적여봅니다. 그리고 잠시 후, 저는 확신에 찬 미소와 함께 아저씨에게 답변을 드렸습니다. "그러게요? 53 사단이 어디에 있을런지말임다?" 아저씨의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저는 에매한 웃음을 지으며 딴청을 부립니다. 그만 하면 모르나보다~ 하고 갈 만도 하건만, 이 아저씨는 쓸데없이 인내심이 좋은 듯 싶더군요. 다시 묻습니다. "신병교육대라고 하던데.. 53 사단 몰라요? 어디있는지?" 눈물나게 고맙게도 추가 설명까지 붙여서 말 해 주셔봤자, 저의 머리 속 지도에는53 사단이라는 글자는 어디에도 붙어있지 않았습니다. 아니, 이 동네 18년 이상 거주자라면 거의 토박이라고 봐도 되는 저의 머리속에 없다면.. 글쎄요. 최근 제가 치매끼가 있다는게 그 당시로서는 좀 걸리는 일 이었습니다. 간단히 줄여 말해, 모릅니다 그런데. 어디랩니까. 하지만 군인의, 민중의 수호자(퍽이나) 의 본문으로써 대놓고 모르겠다고 하긴 좀 그랬던 저는 애맨 30 사단을 끌어들여봅니다. "30 사단이라면.." " 아 30사단 말고 이 양반아. " ...가차없으시군요. 어쨋거나 이 아저씨, 드디어 제가 모른다는 걸 알아주신 모양입니다. 그윽한 목울림으로 카악~ 한번, 절도있는 동작으로 바닥에 침 한번 퉷 하니 뱉어주시곤 뒤로 돌아서서는, " 아 씨발 무슨 군바리가 53 사단이 어디 붙어있는지도 몰라? 짬도..." ....라시며 멀어져가셧습니다. 아마도 뒷 말은 "비리비리 한게 빠져서" 였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머리가 텅 비어버립니다. 그렇게 멍 한 상태로 근무 서다가 3대나 차 놓쳐서 조장에게 욕을 바가지로 먹었습니다. 저의 수명 연장에 심대한 공헌을 해 주신 아저씨께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가다가 새똥이나 맞으시죠. 그 후, 이 글을 쓰며 문득 생각이 나서 53 사단의 위치를 검색해 봤습니다..만. 그때 그 53 사단 신병 교육대를 찾으시던 아저씨는 해운대에 잘 도착하셨을지 모르겠습니다.. 2. 들어오는 자, 막으려는 자. 민가가 근처에~ 라기보다는 도로 건너면 민가가 끝없이(라기보단 비닐 하우스가) 펼쳐져 있는 저의 사단은 근처 동네 변견 들의 집합 장소쯤 되는 곳 입니다. 황구, 백구를 비롯하여 가슴에 하얀 반달이 멋들어지는 흑견 (일명 반달가슴견) 등이 위병소를 당당히 통과 하고는 합니다. 그리고 그 개들이 지나가면 '사수는 뭘 하길래 개새X가 위병소를 지나가는데 수화 실시를 하지 않느냐' 라며 조장이 심심풀이용 갈굼을 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여전히 저는 빵구를 빵빵 터트리며 (즉 차를 보내놓고도 누가 어디로 갔는지 몰라 근무지가 비게 만드는 만행) 을 저지르다 조장에게 갈굼받는것도 모지라 이젠 개쉐키에게까지 원인을 제공받게 되자, 악마같은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저희 160연대를 방문하신분은 알겠지만, 위병소는 간단한 철 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는 그 철 줄을 잡고 조용히 때를 기다렸습니다. 마치 참새 덫을 놓고 참새를 기다리는 초딩의 마음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도로를 건너 위병소로 돌진하는 황구 한마리가 시선에 포착이 됩니다. 차를 피해 달려오는 속도 그래도를 이용해, 위병소의 철 줄을 뛰어넘으려는 찰라. 그동안 갈고닦은 원념(...) 과 갈고닦은 복수심을 모두 담아 철줄을 덜컹, 하고 잡아 당겼습니다. 개는- 뛰어올라, 철 줄에 목이 걸려, 한바퀴를 뱅글 돌아, 착지했습니다. 그리고 개의 어리둥절한 표정, 원망 섞인 눈망울이 저의 시선과 마주치는 순간, 저는 왠지 모를 죄책감과 미안함, 그리고 개 주제에 저렇게 '대체 왜 날...?' 이라고 묻는 듯 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을 하게 되었고... 그 광경을 지켜보던 위병 사관과 조장은 배를 잡으며, 근무 끝나고 저를 또다시 갈구었습니다... 잡았으면 포박을 해야지 왜 도주하게 뒀냐는게 그 이유. 후우... ....그 후, 저는 위병소 사수 자리에 포승줄을 두고 있습니다. 아니, 진짜로. 더 쓸 것도 많고, 이래저래 있긴한데 시간이 모자라 여기까지 쓰고 나머진 다시 쓰던지, 잊어버리던지 하겠습니다.. Ps : 얼마전 면회 오셨다가 절 알아보시고 글 재밌다고 칭찬해주신.. 모 쫄병의 어머님. 요구르트 잘 마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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