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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05월 08일
봄 기운이 완연한 어느날 밤.
죽어라 영던을 돌고 결국 빈 손으로 나온 드워프 전사가 있었습니다. 은행 앞에 망연히 주저앉아 먼지만 풀풀 날리는 돈 주머니를 보던 드워프 전사는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 나도 이젠 앵벌이란걸 할 때가 왔어. 죽어라고 닥탱하는 건 이제 사양이야. 나도 빠른 새 타고 싶고, 나도 PVP 란 걸 좀 해 보자구. 걸어다니는 명예 자판기는 싫어." 그렇게 생각한 드워프 전사는 주머니를 까뒤집어 탁탁 털어보았습니다. 짤랑거리며 많은 잔돈들이 바닥에 떨어져 내렸습니다. 전부 세어보니 50골드 정도였습니다. 이만하면 특성 바꾸기엔 충분한 금액이라는 생각에 드워프 전사는 희미하게 미소지엇습니다. 오랜만에 찾은 전투의 전장에서 드워프 전사는 낯익은 얼굴을 발견했습니다. 처음 아제로스 땅을 밟았을 때 부터 그를 가르친 오랜 스승이었습니다. 드워프 전사는 그에게 인사하고, 자신의 특성을 갈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자 그의 스승은 얼굴을 찌푸리며 그의 장비를 훝어보았습니다. "요즘은 방특 전사가 귀족이라던데... 게다가 자네, 치명, 적중 아이템도 없지 않은가?" "에이, 그런 말 마십쇼. 여전히 파티 들어가기는 어려운데다, 어떻게 들어간다 하더라도 죽어라 얻어맞는 머슴입니다요. 더욱이 장비 고치고 나면 하루 벌어 먹고살기도 빠듯해요." 드워프 전사는 웃으며 그렇게 말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스승은 여전히 못 마땅한 눈치입니다. "난 자네를 무분 돼지로 키운 적 없네!" 화가 난 얼굴로 돌아서려는 스승에게 드워프 전사는 조심스럽게 41 골드를 쥐어주었습니다. "헤헤.. 그러지 마시고 어떻게 좀.. 그리폰비로 좀 더 얹어드렸습니다." "크흠... 흠! 뭐 그렇게 까지 부탁한다면야 못 들어줄 것도 없네만.. 자네 예의를 좀 아는군." 스승은 못내 못 이기는 척 특성을 취소해 주었습니다. 드워프 전사는 백지장이 된 자신의 특성을 보며 어떤 방향으로 나갈까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덧 그의 머리속에는 한 가지의 기억이 떠오르고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얼라이언스 연합에 가입한 드레나이라는 종족은 특이하게도 주술사라는 클래스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술사와 파티를 맺고 던전을 돌 때 느꼈던 질풍의 매력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드워프전사는 조용히 웃으며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습니다. "간지 질풍.." 잠시 후.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드워프 전사는 분무 전사가 되어있었습니다. 생각해보면 은행 안에는 적지않은 수의 무분템들이 있었습니다. 그 대부분은 '전사님 아무것도 못 먹어서 어떻게해요. 이거 차비로라도 가져가세요.' 라며 파티원들이 쥐어준, 눈물이 채 마르지 않은 아이템이었습니다. 비록 성능은 무지막지 딸렸지만 없는 것 보단 나은 것 같았습니다. 드워프 전사는 꾸역꾸역 무분템을 껴입었습니다. 9천대까지 떨어진 자신의 피통이 닥탱으로 길들여진 드워프 전사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지만, 한편으론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진 공격력과 전투력에 가슴이 뿌듯했습니다. 분무 전사가 된 드워프 전사는 얼마 없는 치명과 적중템을 꾸덕꾸덕 줏어 입고는 어둠달 계곡으로 향했습니다. 퀘스트도 하고 광석도 캘 심산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필드에서 할 만한 퀘는 이미 바닥난 상태였고, 멀리 가기는 귀찮았던 드워프 전사는 그냥 몹을 때려잡으며 로또 확률의 에픽을 노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예전, 나가가 잔뜩 모여 살던 동굴 안쪽에 광석이 많이 나왔다는 기억을 더듬으며 드워프 전사는 나가들의 동굴로 향했습니다. 처음으로 시작한 전투에 전사는 환희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몬스터 한마리를 상대하고 다음 몬스터로 이동 할 때 돌진 쿨 타임이 돌고 있다는 것은 방태였던 그에게 있어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더욱이 간지 질풍의 위력은 그에게 신세계를 보여주고 있었지요.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장비의 절반이 아직까지도 방숙템인지라, 크리티컬 공격을 거의 맞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덕분에 격노가 거의 터지지 않았지요. 하지만 터트릴 거 다 터트린 그의 공격력이 900 을 넘어선다는 것에 그는 너무나 행복했습니다. 게다가 오늘따라 왠지 풍부한 아다만타이트 광맥도 잘 보였습니다. 1시간 사이에 42개의 아다만타이트와 광석과 6개의 이타늄을 얻게 되었지요. 사냥 속도도 빨라서 가방 한 가득 녹색 매직 아이템도 그득히 쌓여만 갔습니다. 드워프 전사는 신이 났습니다. 그렇게 한참이나 나가 무리를 썰어 넘기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던 때 였습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서 은근한 귓속말이 날아들어왔습니다. "용광로 영던 안 가실래요?" 용광로 영던! 그렇게 가고 싶어했지만 아무도 전사를 찾지 않아 가지 못했던 그 곳! 자신이 모아서 가고 싶어도 경험이 없다는 말에 파티원들이 줄줄히 빠져나가 가지 못했던 그 곳! 전사는 격렬하게 고민했습니다. 분무로 영던을 가는 건 그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방태로 갈아 타자니 분무로 갈아 탄 지 2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습니다. 결정적으로, 그의 수중엔 12 골드밖에 없었죠. 결국 드워프 전사는 눈물을 흘리며 그 제의를 거절해야만 했습니다. 돈이 없어서 특성을 못 바꾼다는 말에, 그 사람은 눈물을 흘리며 '그럼 나중에 특치라도 몇개 붙여드릴게요. 아, 개당 2골드 아시죠? 착불입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전사는 왠지 맞지 않아도 분노가 찰 것만 같은 기분에 사로잡혔습니다. 그렇게 한참이나 속 앓이를 하며 다시 나가를 베어 넘기고 있을 때 였습니다. 갑자기 화면에 다시 보라색 글씨가 떠올랐습니다. 이번에는 잘 모르는 사람이었습니다. '전사님, 메카나르 영던 안 가실래요?' 메카 영던! 이미 샤타르는 확고 찍고 터닝해서 999 지만 아직까지 태양의 포식자는 먹지 못했습니다. 독신자의 장화만 5번, 승리자의 다리갑옷만 2번, 보석은 그 수를 셀 수도 없지 봤지만 어쨋거나 태양의 포식자는 먹지 못했습니다. 드워프 전사는 맹렬히 고민했습니다. 그러나 답은 돈 주머니에 있었습니다. 그의 돈 주머니엔 아까보다 약간 불어난 20 골드가 전부였습니다. 드워프 전사는 다시 피눈물을 흘리며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이번에도 돈이 없다는 소리는 하기 싫었던 전사는 '길드원 퀘스트를 도와주고 있다' 는 구차한 핑계까지 대 가면서요.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또다시 영던을 가자는 귓말이 날아왔습니다. 드워프 전사는 다시 피눈물을 흘리며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또 다시.. 오늘은 마가 끼인 날 인가 봅니다. 전사는 '왜 하필 오늘 같은 날 이렇게 귓속말이 오는걸까. 아니, 왜 오늘 특성을 바꿨을까' 하는 생각에 사로잡혀 괴로워했습니다. 그런대 그 때 였습니다. 어디선가 나타난 호드 마법사가 끙끙 앓고있는 드워프 전사의 모습을 본 것은요. 머리에서 김까지 뿜어가며 생각에 잠긴 드워프 전사가 매우 안쓰러워 보였는지, 친절한 호드 마법사는 그의 머리를 시원하게 해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드워프 전사는 그 상냥함에 몸둘 바를 모르고 얼어붙어 버렸습니다. 그러나 친절이 너무 과했던 호드 마법사는 몇번이고, 몇번이고 드워프 전사에게 시원한 얼음 덩어리와, 에어컨 바람을 쏘여주었습니다. 결국, 드워프 전사는 과도한 냉방에 감기몸살을 일으키며 쓰러져버리고 말았습니다. 무덤에서 뛰어서 다시 부활 한 전사는 그 친절에 보답해 주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간지 질풍의 매력을 그 마법사에게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친절한 호드 마법사는 다시 온 드워프 전사에게 다시 시원함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감기 몸살이 재발한 드워프 전사는 다시 쓰러져 버렸습니다. 침울하게 무덤 아가씨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드워프 전사는 자신의 스킬이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스킬의 레벨도 올리지 않았던 데다, 중요한 몇 가지 특성도 찍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벌었던 아이템을 정산 해 보니 특성을 다시 바꿀 돈이 간신히 나올 정도였습니다. 드워프 전사는 한달음에 아이언 포지로 뛰어갔습니다. 그리고는 그의 스승에게 45 골드를 쥐어주며 으르렁 거렸습니다. "특성을 취소해 주시오!" 그의 박력에 놀란 그의 스승은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그의 특성을 초기화 시켜주었습니다. 드워프 전사는 '이번에야 말로' 라며 이를 으드득 갈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가장 자신 있어하는 특성을 하나하나 찍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정신을 차려보리고 보니, 드워프 전사는 방특 올인 전사가 되어 있었습니다. 아이언 포지 정문 앞에서 살얼음 섞인 밤 바람을 맞으며 드워프 전사는 담배를 태워물었습니다. 먼 던 모르의 산맥으로 부터 서서히 아침해가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마치 간 밤에 일어났던 일이 모두 꿈이었던 것 같았습니다. "하루가 마치 일순간의 꿈과 같구나." 드워프 전사는 뜻 모를 소리를 중얼거리며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그리고는 쓸쓸해 보이는 등을 한 채 아이언 포지 속으로 사라져 갔습니다. 적막만이 남은 아이언 포지 앞 마당에 강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드워프 전사가 흘리고 간 텅 빈 돈 주머니가 바람을 타고 하늘 높이, 하늘 높이 사라져 갔습니다. 언제까지고. 언제까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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