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05월 02일
오늘부터 도로 주행 연습 들어갑니다.




지난 주 수요일.
엿 같은 강사의 같잖은 수업을 받고 투덜대며 사무실로 갔습니다.

다음 날 수업일정을 잡으려고 했는데, 사무실에서는 이러더군요.

"이제 시험 보셔야죠?"


저 수업 받은지 3일 째거든요.
게다가 처음 한 시간 반은 정식 코스도 아닌 다람쥐 쳇바퀴 코스였고.

정식 코스를 꼴랑 2시간 반 돌고 "시험 보셔야죠?" 아주 날로 먹으려고 드는군요.

아니아니, 그건 그렇다고 치고.


나 아직 필기도 안 봤어.


그 이야기를 사무실에 하니 아주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그러고는 이 세상에 이런 한심한 인간이 다 있나, 라는 표정으로 되묻습니다.

"안전교육은 받으셨겠죠?"

필기도 안 봤는데 안전교육을 받았을리가 있습니까. 안 봤다고 하니 알아서 빨리 하라고 하더군요.
그러고는 실기는 언제 다시 잡겠다는 말도 없이 횡하니 다음 사람 받습니다.




빌어처먹을!!!



시간은 오전 10시. 봄 햇살이 내려쬐는 따뜻한 4월의..  따윈 아무래도 좋게 되 버렸습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전 그 길로 바로 걸어서 10 분 거리인 운전면허 시험장에 갔습니다.

그 전날 밤, 슬슬 필기 시험 준비할까 하는 마음에 문제집을 한 10분 정도 본 것 같긴 합니다만...
결국 기억나는 건 슬레이어즈의 번역을 개판으로 해 놔서 보는 내내 짜증이 났다는 것 정도입니다.

결국 만화보는데 빠졌다는 겁니다. 네에.
의지 박약에 허우적대는 인간 쓰래기네요.

지난 년 10월 경에는 죽어라 공부해서 58점인가 받고 필기에 떨어진 쓰라린 기억이 있습니다.
2점이 부족해서 떨어졌다기 보단 아 씨밤 내가 이래 돌머리였나 라는 생각에 자괴감에 허우적 댄 적이 있지요.

그리고 바로 시험장에서 공부하려고 했다가 "하루에 2번 응시는 불가능" 이라는 말에 GG 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곤 그게 지난 년 운전 면허 획득 시도의 마지막이었습니다. 인간 쓰래기네요.

그 때 응시를 하려고 붙여둔 응시증이 다행히 아직까지 유효했기에 그대로 필기 시험에 들어갔습니다.
떨어지려면 떨어지라지요. 인생 뭐 있습니까. 떨어지면 다시 치면 되는거죠.

아무렇게나 대충 기억나는대로 문제를 풀고 시계를 보니 대충 50문제 푸는데 10분 쯤 걸린 것 같았습니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결과 보기 버튼을 클릭.그리고 화면에는 예상대로

"축하합니다. 82 점으로 합격하셨습니다"

라는 메세지가..


                                                                                               ...야.


공부 하나도 안 했는데 82점?
지난번에는 죽어라 공부했는데 58점이더니!?
역시 이 세상은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뭐, 이왕 붙은 거.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바로 안전교육을 들었습니다.

생각나는건 얼마 없지만 "니네 차 잘못 몰면 이 꼴 난다." 라는 내용의 교육이라기보단 "협박" 에 가까운 내용이었다는 것만
기억납니다. 졸다 깨다 반복하며 3시간 동안 듣다보니, 만원 넘는 돈 내고 이딴 시시한 내용 들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하품을 늘어져라 하며 밖으로 나오는 도중, 문득 벽에 붙은 안내 문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 오전 중 필기 시험을 합격 하신 분은 오후에 실기 시험에 응시하실 수 있습니다.

분명 필기 시험에 합격 한 게 오전 11시가 채 안 된 시점. 안전 교육을 마친 시각은 오후 1시 경.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안내 창구에 가서, 대기표 300명을 뚫고 확인 해 본 결과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인생 뭐 있습니까. 될대로 되라죠. 만 팔천원 내고 코스 연습한다는 생각에 응시했습니다.

막상 실기 코스에 가 보니, 이건 뭐.. 운전학원 코스랑 너무 다르더군요.
3배쯤 넓고 깁니다. 게다가 분명 학원에선 "1단 넣고 출발" 이랬는데 여기선 2단 넣고 출발하랩니다.

게다가 3배 쯤 넓은 주제에 12분 27초 안에 들어오랩니다.
1단 넣고 돌면 직선으로 툴툴 거리며 가도 빠듯한 시간인데 말입니다.

대기 번호를 받고 보니 운이 좋게도 16번, 즉 마지막 응시번호더군요.
앞 사람들 하는거나 보자 하는 마음에 하는 걸 보고 있자니..

"삑! 1번 중앙선 침범.. 삑! 삑! 삑! 1번 강제 탈락입니다. 2번.. 삑!!! 삑!! 탈락!"

사정없이 떨어트립니다. 왜 떨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쨋거나 떨어집니다.
자신있게 운전 경력이 10년이 넘었으며, 이번에 면허 취소당한 것 때문에 새로 따러 왔다며 떠벌이시던 아저씨도 떨어졌습니다.

그렇게 잔뜩 굳어있는데 결국 제 차례가 왔고..
에라 뭐 처음부터 붙을 생각도 없습니다. 될대로 되라죠.

그냥 온라인 게임에서 메카닉 운전한다는 기분으로 몰았습니다.

2단 넣으라는거 닥치고 1단 넣고 출발하고, 횡단보도나 교차로 제외 정지 구역 싹 다 무시. 앞서 출발한 차 버벅대길래 다른 코스로 진입해서 추월 등 학원에서 하지 말란 짓 다 하면서 몰았습니다.  코스 돌입 할 때 마다 삑삑대는 소리가 신경을 자극하긴 합니다만. 알게 뭡니까. 그냥 가는거죠. 어떻게 코스 다 돌고 정지선에 서니 대기하고 있던 강사들이 박수를 치며 문을 열어줍니다.

"축하합니다. 만점으로 합격입니다."



합격? 게다가 만점? (알고보니 코스 진입 때 삑삑 대는 건 '코너 정상 진입, 이탈 정상 확인' 이라는 소리라더군요. )


4시간만에 필기 합격, 안전교욱 패스, 실기 합격 한 셈이군요. 역시 이 세상은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 길로 다시 학원으로 돌아가서 응시 원서 제출하고 도로주행 연습 날짜 받았습니다.
4시간 전에 씩씩대면서 나간 놈이 죄다 붙어서 와 버리니 안내하던 사람도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라는 듯 한 기가 막힌 표정으로 멍 하니 올려보는 걸 보니 그때서야 정말 붙었군. 하는 실감이 났습니다.

그리고 집에 붙었다고 보고하고 돌아 오던 길.

기쁜 마음도 잠시. 또 다시 길을 잃고 한참을 헤매기 시작했습니다.

파도 치는 해안과 푸른 바다 위를 우아하게 미끄러지는 갈메기.
머리를 움켜 잡은 채 해안 공원에 있는 지도를 보며 길을 찾으려고 애쓰는 한 명의 바보가 집에 돌아 간 것은 그로부터 4시간 후의
일 일이었습니다.

 





by 티온 | 2007/05/02 04:02 | 일상이야기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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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샤아 at 2007/05/02 06:17
그리고 네놈 차에 당하는 무구한 희생자들이 나오는게지 크하하하하하
Commented by Sixers at 2007/05/02 10:14
파란만장하군요 정말 -_-;
Commented by 자유와바람 at 2007/05/02 10:29
판타지 소설 같은데 아주(....)
Commented by 검은사자비 at 2007/05/02 13:25
필기 합격, 안전교육 패스, 실기 합격 한시간 4시간.
길 잃고 해멘 시간 4시간.

...

뭐 사실 안전교육같은건 아무 내용도 없지만.
(필기시험도 마찬가지고)
Commented by 검은사자비 at 2007/05/02 13:27
실기(기능)보다 도로주행이 더 쉬우니, 이제 끝이네...

난 도로주행 치고나니까 감독관이 운전 잘하더라, 그런데 속도좀 줄이시지?

라고 하던데...
Commented by ZOMBI at 2007/05/02 20:02
면허증을 따야되는겐가[...]
Commented by sji.. at 2007/05/07 17:09
전 도로주행에서 고개 안돌리고 눈으로 백미러 슥슥 확인하고 다 완벽하게 했더니


옆에있는 시험관이 백미러를 안본것으로 착각하고 감점을 슥슥 하더군요

.. ... ....

또 한번은 만점으로 깔끔하게 들어가야지 하면서 초고속으로 실시 시험장을 돌았다가 마지막에 정차 신호 올리고 들어가서 멈추려고 하는데 직원이 오더니

"어차피 합격했으니 나오시죠" 라고 문을 슥 열어재껴서 95점으로 감점먹었는데 ...



그나저나 학원이 개판인게 맞군요.
Commented by 룰루랄라 at 2008/08/19 13:06
이거 글쓴 주인장 완던오덕삘인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Commented by 구본우 at 2009/05/28 16:16
재밌는 글이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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